현재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대립보다 훨씬 복잡하고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우호적이었던 두 나라의 관계가 어떻게 지금처럼 적대적인 상황으로 변모했는지, 그리고 최근의 군사적 충돌이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이스라엘-이란 관계의 역사적 변천: 우호에서 적대로
이스라엘과 이란은 과거 중동에서 보기 드문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었을 때, 이란은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이스라엘을 주권 국가로 인정한 이슬람 국가였습니다. 당시 이란은 친미 성향의 팔라비 왕조 였고, 이스라엘 역시 서방 세계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안보를 확보하려 했습니다. 이러한 공통점은 두 나라가 주변의 아랍 국가들로부터 고립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전략적 동반자가 되도록 이끌었습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석유를 공급하고, 이스라엘은 이란에 농업 및 군사 기술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이 이루어졌습니다. 심지어 양국은 미국 몰래 미사일 공동 개발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은 이 모든 것을 뒤바꾸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한 혁명 세력은 친서방 팔라비 왕조를 전복하고 이슬람 원리주의에 기반한 신정 국가를 수립했습니다. 이 새로운 이란 정권은 미국을 '큰 사탄', 이스라엘을 '작은 사탄'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반미·반이스라엘 노선을 천명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수사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란은 혁명 이후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전면에 내세우며 중동 지역 내에서 반이스라엘 저항 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2. 현재 전쟁의 근본 원인: 대리전과 핵 개발 위협
이스라엘과 이란이 현재 직접적인 군사 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에 이르게 된 데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1) 중동 내 대리전의 심화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이라 불리는 친이란 무장 세력들을 지원해 왔습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와 이슬람 지하드 , 예멘의 후티 반군 , 그리고 이라크와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되며, 이스라엘은 이들 세력과의 충돌을 사실상 이란과의 대리전으로 간주합니다.
특히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지구 전쟁 은 이스라엘-이란 대리전의 최정점으로 치달았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주장하며, 전쟁 초기부터 시리아와 레바논 등지에서 친이란 세력을 겨냥한 공습을 강화했습니다. 이란 역시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이스라엘을 비난했고, 간접적으로는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을 이용했습니다.
2) 이란 핵 개발 위협과 이스라엘의 안보 불안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 은 이스라엘 안보의 가장 큰 위협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자신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뿐만 아니라 필요시 군사적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핵 과학자 암살 등의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으며, 이는 이란으로 하여금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은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협상(JCPOA)에 대해서도 이란의 핵 개발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3) 중동 지역 패권 경쟁
미국의 이라크 철수, 시리아 내전 등으로 중동 지역에 형성된 힘의 공백 은 이란이 그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을 잇는 '시아파 초승달 벨트'를 구축하려 시도했으며, 이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아랍 국가들의 우려를 샀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이란의 확장을 견제하고, 중동 내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미국 및 일부 아랍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3. 최근의 군사적 충돌과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
2024년 4월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으면서 이스라엘-이란 관계는 전례 없는 직접적인 군사 충돌 위기로 치달았습니다. 이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들이 사망하자,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천명했고, 4월 13일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수백 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습니다. 비록 이스라엘이 미국 등 동맹국의 도움으로 대부분의 공격을 요격했지만, 이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그림자 전쟁'이 전면적인 직접 충돌로 비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위험한 신호 였습니다.
이러한 군사적 충돌은 국제 정세에 다음과 같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1)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 증폭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충돌 가능성은 이미 불안정한 중동 지역을 전쟁의 소용돌이 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이는 유가 급등, 국제 교역로의 마비 등 전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며, 대규모 난민 발생 등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 이미 내전이나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2) 국제 동맹 관계 재편 및 균열 심화
미국은 이스라엘의 주요 동맹국으로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지하는 동시에, 이란과의 전면전 확대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강경한 대응과 이란의 보복은 미국의 중동 정책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노리며 이란과 일정 부분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제 사회의 대립 구도가 더욱 선명 해지고 있습니다. 한편,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이란을 더욱 고립시키고 역내 강경 노선을 고착화시킬 수 있습니다.
3) 핵 확산 우려 증가
이란의 핵 개발은 중동 지역 내 핵무기 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주변국들도 핵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이는 전 세계적인 핵 확산의 위험 을 높일 것입니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4) 경제적 파급 효과
중동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지역입니다.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국제 유가 급등 은 물론이고 해상 물류의 주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글로벌 공급망에 막대한 충격 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경제적 위협입니다.
결론
이스라엘과 이란의 관계 악화는 단순한 지정학적 갈등을 넘어 이념, 안보, 패권 경쟁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입니다. 이들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불안정을 초래하고, 국제 질서의 재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외교적 해법 모색과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관계 속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