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7일은 대한민국 제헌절입니다. 제헌절은 단순히 달력에 표시된 날짜나 지나가는 하루가 아닙니다. 이 날은 1948년 대한민국 제헌국회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고 공포한 역사적인 날이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의미 깊은 국경일입니다. 비록 2008년부터는 일반 국민이 쉬는 공휴일(빨간 날)에서 제외되었지만, 그 역사적 중요성과 국가적 의미는 변함없이 계승되어야 합니다.
1. 제헌절은 왜 7월 17일일까요?
제헌절이 7월 17일로 제정된 배경에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확립하려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로 구성된 제헌국회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앞두고 국호 제정, 정부 형태 결정 등 중요 사안과 더불어 헌법 제정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7월 17일, 역사적인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7월 17일이라는 날짜가 조선 건국일과 같다는 것입니다. 1392년 7월 17일,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을 통해 새로운 왕조인 조선을 건국하고 개국건원(開國建元)을 선포했습니다. 대한민국 건국을 준비하던 당시, 선조들은 과거 왕조 국가의 건국일에 현대 민주공화국의 헌법이 공포됨으로써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과 역사적 정통성을 연결하려는 의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이는 일제 강점기를 극복하고 자주독립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는 염원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또한, 이 시기는 장마철로 인해 야외 행사가 어려워, 국회의사당에서 헌법 공포식을 진행하기에도 적합한 날씨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함께 고려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제헌절 공휴일, 빨간 날, 휴무, 휴일: 변화된 위상
제헌절은 본래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과 함께 국경일이자 공휴일(빨간 날)이었습니다. 즉, 일반 직장인이나 학생들도 쉬는 날(휴무, 휴일)이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주 5일 근무제 정착과 경제 활성화, 기업의 생산성 향상 등의 이유로 식목일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는 많은 국민들에게 아쉬움을 주기도 했지만, 제헌절이 가진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공휴일에서는 제외되었지만, 정부는 매년 7월 17일 오전에 국회에서 헌법 수호를 다짐하는 기념식을 거행합니다. 이 기념식에는 국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여 헌법의 가치를 되새기고,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력을 다짐합니다.
3. 제헌절 관련 행사: 임명식, 특사, 그리고 그 외
제헌절은 국가의 중요한 기념일이기에 종종 국가적인 행사가 연계되어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제헌절 임명식: 제헌절에 특별히 정해진 '임명식'은 없습니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의 인사는 수시로 이루어지며, 제헌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국가 중요 기념일인 만큼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헌법 정신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간혹 주요 직위 임명 발표가 이뤄질 수는 있으나, 이는 제헌절만의 고유한 행사는 아닙니다.
* 제헌절 특사: 특별 사면(특사)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주로 광복절이나 삼일절 같은 주요 국경일 또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시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헌절에 정기적으로 특사가 시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정부가 헌법 정신에 입각한 국민 통합이나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해 특사를 단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제헌절이 주는 '국민 화합'과 '법치주의 실현'이라는 가치와 맥락을 같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정례화된 행사는 아닙니다.
오히려 제헌절에는 국경일로서 다음과 같은 활동들이 이루어집니다.
* 헌법 기념식: 국회에서 주관하는 기념식은 제헌절의 핵심 행사입니다. 이 자리에서 헌법의 제정 의미를 되새기고, 헌법 정신을 수호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 태극기 게양: 모든 가구 및 단체는 제헌절에 국기를 게양함으로써 헌법 수호와 민주주의 발전을 염원하는 마음을 표현해야 합니다.
* 학술 및 교육 행사: 헌법재판소, 법무부 등 관련 기관과 학계에서는 헌법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민의 법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학술대회, 강연회, 토론회 등을 개최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도 헌법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수업이나 행사를 진행합니다.
4. 제헌절 노래와 안내문: 헌법 정신의 전파
모든 국경일에는 그 날의 의미를 기리는 노래가 있습니다. 제헌절 역시 '제헌절 노래'가 있으며, 이는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 자유, 평등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자유 민주 한 길로 이끌어 새 나라 세웠으니 / 이 터 닦아 빛내자 삼천만 총화로 / 길이 길이 보전할 우리 헌법이로다"와 같은 가사는 헌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민들이 헌법 정신을 마음에 새길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제헌절 기념식 등 공식 행사에서 제창되며, 이를 통해 헌법의 정신을 되새기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정부와 공공기관은 제헌절의 의미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제헌절 안내문'을 배포하고 홍보 활동을 펼칩니다. 이는 보도 자료, 웹사이트 게시, 공익 광고, 학교 교육 자료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며, 헌법의 가치와 국민의 권리 및 의무를 강조하고, 헌법 수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비록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러한 안내 활동을 통해 제헌절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상기시키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5. 2025년 제헌절,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책임
2025년 7월 17일, 대한민국 제헌절 77주년을 맞이하며 우리는 헌법이 우리에게 주는 근본적인 의미와 오늘날 우리가 짊어져야 할 책임을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헌법은 단순히 국가의 통치 구조를 규정하는 법률을 넘어섭니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천명하고,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한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입니다.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권력 분립을 통해 권력 남용을 견제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평등을 추구하는 정신이 바로 헌법의 핵심 가치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와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며, 또한 영원히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통해 헌법 정신을 수호하고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첫째, 헌법 정신의 이해와 실천 입니다. 헌법 조문을 넘어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의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하는 시민 의식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고,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며, 법과 원칙을 지키는 태도가 바로 헌법 정신의 실천입니다.
둘째, 민주주의의 능동적 참여와 발전 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 주권주의는 국민 각자가 정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부당한 권력에 대해 비판하며, 선거를 통해 정당한 권력을 선택하는 능동적인 자세를 요구합니다. 또한, 소수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열린 사회를 만들어가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셋째, 헌법적 가치의 수호와 계승 입니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새로운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후 위기 등 기존 헌법으로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에 대해 헌법 정신에 입각하여 지혜롭게 해법을 모색하고, 미래 세대에게 더욱 정의롭고 풍요로운 사회를 물려줄 책임이 있습니다.
결론
제헌절은 단순히 쉬는 날(휴일)이 아니기에, 그 의미가 잊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날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민주공화국의 주인이자 수호자로서 우리 국민 각자가 짊어져야 할 책임과 의무를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2025년 제헌절을 맞이하여, 우리는 헌법의 가치를 깊이 성찰하고, 이를 통해 더욱 성숙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해야 할 것입니다.